과거 한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 정지 선에서 신호 대기 후 출발하던 중, 지나가던 행인을 쳤습니다. 운전자는 즉시 차에서 내려 행인의 상태를 확인했고, 행인이 괜찮다, 다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운전자는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채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괜찮다고 말했던 행인은 그 이후 무릎에 통증이 있어 전치 1주의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며 뺑소니로 문제 삼아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또한 뺑소니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으니 뺑소니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 수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경우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경우 :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 원~3,000만 원 이하의 벌금
그러나 대법원 판례(97도2396 판결)에 따르면 도주 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해야 하는데, ‘상해’의 정도가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로 경미하여 건강 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주 운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즉, 단순히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해서 모두 뺑소니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며, 실제 상해의 정도와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함께 고려됩니다.
다만 외관 상 큰 상처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현장을 이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후적으로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의도치 않게 뺑소니 처벌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